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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린 사랑 (Incendies, 2011) 분노와 폭력에 대한 철학적 서사시! 본문

방구석 영화 리뷰

그을린 사랑 (Incendies, 2011) 분노와 폭력에 대한 철학적 서사시!

breeze in the air 2021. 5. 2. 15:00

 

 

 

  프랑스어로 "incendie"는 "화재, 전란, 감정의 고조, 폭발"등을 의미한다. 한국어 제목인 그을린 사랑은 원 제목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에 있어서는 엄청난 반전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인간에 원초적 분노와 공포에 대한 철학적 서사를 만들어낸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영화다. 

 

  지금까지 많은 영화들이 있었지만 이 영화처럼 거대한 철학적 주제를 영화로 만든 영화는 흔치 않다. 인간의 폭력, 정치, 국제관계, 종교, 역사 등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다루기 힘든 종교적 갈등을 통해서 벌어지는 인간의 폭력성과 그러한 것이 그 사회와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줄 수 있는지 아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더 잔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과연 이 거대한 주제가 어떻게 펼쳐지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드니 빌뇌브"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나?

 

 

 

 

  연출을 맞은 "드니 빌뇌브"는 <프리즈너스>, <에너미>,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 <컨텍트>, <블레이드 러너 2049>등의 작품을 만들었으며, 세계에서 비평가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영화감독이다. 주로 원작이 있는 주제로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는 늘 진지한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철학적 주제를 영화 속에서 던지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을린 사랑>에서는 한 가족을 통해서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주제인 종교적 갈등과 사회적 갈등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억압이 인간에게 어떻게 분노와 공포를 만들어내며, 그것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통찰을 그리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것이 어떻게 드러나는 지를 아주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동시에 이 현실 속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가 당신을 억압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영화의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먼저 살펴보자. 주인공인 "나왈"은 전쟁 중인 중동 한 가운데의 기독교인으로 설정된다. 그러나 그녀는 난민인 이슬람인과 사랑을 하고 임신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행동은 그녀가 속한사회에서는 용납되지 않으며, 그녀는 가족의 부끄러움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사랑하는 아이를 고아원으로 보내게 되고, 전쟁은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만들어버린다. 

 

  영화적 설정이라고는 하지만 현재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의 이야기와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주 오랫동안 인간의 역사에서 펼쳐지는 갈등은 한 인간을 그 사회 속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불순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인간은 신념이 강고할수록 그 신념에 따라서 행동하게 된다. 하지만 그 신념이 타인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경우에도 인간은 총구가 향해있는 인간을 보호하기 보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총구를 겨누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당신은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가?

 

 

 

  영화의 시작은 쌍둥이 남매가 어머니의 유언장을 마주하면서 시작된다. 아버지와 형을 찾으라는 유언장에는 너무나 많은 의미가 담겨있음을 영화가 마무리될 때 알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때로는 진실이 참혹하고 어려운 순간이 있다. 그러나 그 진실을 마주하지 않으면 우린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마주하기 싫은 진실이 있다. 이 영화는 그러한 사실을 마주하게 하면서 현재 우리의 삶의 관점을 흔들어 놓는다. 

 

 

<그을린 사랑>이 던지는 무수한 질문들?

 

 

 

 

  인간의 신념이 조금이라도 잘 못되어 있어서 그 신념으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본다면, 그 신념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님 때로는 사회 전체가 하나의 잘 못된 신념으로 서로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면 그 신념은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인가? 그것이 과거에서 시작되었다고 할지라도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면 우리의 삶을 위해서 우리는 변화할 필요가 있다. 

 

  인간에게 신념을 만들어 주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종교적인, 사회 규범적인, 정치적인 요소들이 결국엔 각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누군가는 기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증오를 마주하게 되고, 누군가는 이슬람이란 이유로 증오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혐오의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과연 당신이 가장 혐오하고 가장 분노하게 하는 대상이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는가?

    

마무리 이야기

 

당신이 혐호하는 사람의 모습 속의 진실은 무엇인가?

 

 

 

 

  영화는 레바논의 내전을 이야기하는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 사회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감독인 "드니 빌뇌브"는 이에 대해서 분노와 복수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 안에서 피해자의 시선으로 영화는 진행된다. 주인공인 "나왈"의 경험한 것을 보여주고, 같은 공간에 쌍둥이 남매가 가면서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같은 공간을 다시 보여준다. 이를 통해서 관객은 그 장소에 대해서 매우 특별한 시각을 가지게 만든다. 

 

 

 

 

  감옥에서 끈임없이 노래하는 "노래하는 여자"인 "나왈"은 인간의 역사에서 수없이 되풀이되어 온 분노와 공포의 역사에서 희생당한 많은 사람들을 대신한다. 그녀의 삶은 본인이 스스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자신이 받게 되는 엄청난 괴롭힘에 굴복하지는 않는다. 그녀의 노래는 감옥에 갇혀있는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기도 하고 자신을 위로하기도 한다. 

 

  굴복하지 않는 그녀의 삶은 뜨거운 인간이며, 우리가 보아온 역사 속의 인간의 삶이다. 아픔의 역사를 온몸으로 견뎌온 그녀의 삶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뜨거운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인류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서로에게 미치고 살아가는 것처럼 각기 다른 삶의 모양으로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어떻게든 우리는 서로가 연결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결말을 어떻게 해석할까?

 

 

 

 

  1+1이 2가 아니라 1이라는 말에 쌍둥이 남매는 엄청난 충격에 사로 잡히고 만다. 과연 이러한 설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내가 가장 증오하는 대상이 사실은 가장 사랑하고 찾고 싶었던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기독교와 이슬람은 같은 구약성경을 사용한다. 즉 그들의 조상은 아브라함이고, 그들은 형제라는 것이다. 그들이 서로를 적대적으로 여기고 서로에게 분노의 총을 겨누고 있지만 그들은 서로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들인 것이다.

 

  바로 이점이 이 영화가 던지는 대단한 질문이자 화두인 것이다. 당신이 가장 증오하는 누군가와 전쟁을 벌이고 싸움을 하고 분노를 폭발하게 하고 있는데 그 관계 사이에 사랑이란 녀석을 관계 한가운데 툭하고 무심하게 던져버린 것이다. 순간 나의 분노와 증오를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 당혹스럽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나의 분노가 정당한 것인지 생각을 확 바꿔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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