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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여름밤 2019 정말 좋은 가족 영화를 만났다. 본문

방구석 영화 리뷰

남매의 여름밤 2019 정말 좋은 가족 영화를 만났다.

breeze in the air 2021. 2. 15. 18:24

 

  많은 영화감독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칭찬을 하시는지 너무 궁금해서 보게 된 영화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좋은 영화라고 하면, 좋은 영화인 게 맞겠지 하고 본 영화다. 영화를 보고 조용한 감정이 노을처럼 천천히 와서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 하나를 얻어 놓고 가 버렸다. 

 

 

  영화의 첫 장명에서 아버지와 남매는 집을 떠나 할아버지 댁으로 이사를 간다. 아버지의 작은 다마스 자동차에 타고 떠나는 동네는 모두 헐리기를 기다리는 듯 쓸쓸한 모습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얼마나 많은 가족영화가 있었나?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 대충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하는 짐작을 하면서 본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화면 속의 배우들이 가족같이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영화 속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걱정하지 않고 봐도 된다. 배우가 아니라 가족처럼 보인다. 

 

 

  아버지 역은 양흥주 배우가 맡았다. 특이한 점은 아빠의 이름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아빠는 사업에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기 위해 노점상으로 신발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설정이다. 아내와는 이혼을 한 것인지 별거 중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조용하지만 열심히 살아간다.

 

  옥주와 동주 남매가 나온다. 할아버지 댁에서 밥을 먹는 모습인데 자세히 보면 식탁이 아니라 재봉틀 위에서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남동생인 동주는 장난꾸러기에 늘 밝은 에너지를 지닌 아이다. 첫째인 옥주의 시선으로 이 영화는 보인다. 옥주는 조용하고 소심한 듯 하지만 할 말은 하는 소녀다. 언젠가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이다. 

 

  옥주와 동주가 남매인 것처럼 아빠와 고모도 남매다. 고모는 이혼을 결심하고 할아버지 댁으로 같이 들어와서 살게된다. 그러면서 할아버지, 아빠, 고모, 옥주, 동주가 한 집에 살게 된다. 이렇게 자연스레 이야기는 진행된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가족의 모습을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가족을 드러내는 중요한 몇가지 요소들이 등장한다. 이층 양옥집은 그들이 모여사는 장소이면서 삶을 만들어가는 곳으로써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항상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장면이 먾이 나온다. 여름이어서 그런지 콩국수, 비빔국수, 라면, 잡채 등 상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한다. 같이 먹고 같이 살면 가족 아닌가.

 

 

  너무도 평범하고 일반적인 가족의 모습을 영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 했던 이야기도 보인다. 그런데 이 감독이 대단하다고 느낀 점은 가족들의 대사에 있었다. 어쩜 그렇게 담백한 지 세상에 제일 어려운 게 단순화하는 작업이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광고를 보면 한 문장, 한 단어로 제품을 보여주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한다. 영화의 대사도 정말 필요한 내용만 만들기 쉽지 않았을 텐데 마치 제삼자가 보는 것처럼 진액만 남은 귀한 약처럼 그렇게 필요한 말만 보인다. 나머진 화면으로 인물의 느낌으로 보는 사람이 금방 알아챌 수 있도록 한다.  

 

  더 이상 이야기를 하면 스포할 것 같아서 이만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마무리 이야기

 

 

  정말 좋은 영화다. 아주 오래전 <황금 연못>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렸었는지 쏟아지는 졸음만 가득한 영화였다. 그러다 몇 년 전 우연히 다시 봤는데, 이야기가 너무 가슴에 푹 박히는 거다. 너무 놀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족과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가슴에 와서 내 자신에게 놀랐다. 그리고 헨리 폰다와 제인 폰다 부녀의 연기도 말이다. 최소한 <황금 연못>은 유명한 배우들이 나와서 멋진 풍경도 보였지만 <남매의 여름밤>은 아는 배우도 멋진 풍경도 없지만 가슴으로 온다.

 

 

    <남내의 여름밤>은 아주 세련된 절제미가 있는 영화다. <대부>라는 영화가 아직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점은 화면이 치장이나 화려함보다는 담백함에 있지 않나. 그리고 음악도 그렇다. 이 영화에서는 신중현의 "미련"이란 노래가 상황을 나타낼 때 다른 버전으로 나온다. 

 

 

  윤단비 감독이다. 아주 젊어보인다. 요즘 들어 윤 씨 성의 좋은 여성 감독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얼마 전 첫 장면이 너무 인상 깊었던 <우리들>이란 영화도 젊은 여성 감독도 윤가은이었는데 말이다.

 

 

  우린의 삶에서 인간은 항상 고독을 느낀다. 외로운 존재다. 이렇게 외로운 사람들은 정말로 이상하게 아주 많은 사람들 속에서 더 외로움을 느낀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또 자신에게 정말로 기쁜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줄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정말로 생각해 보시라. 본인이 복권에 당첨되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부려워할지는 몰라도 진심으로 축하해줄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그래서 우린 가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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